• 최종편집 2024-04-20(토)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정박할 수 없는 배들은
다 빈집이다
밧줄로 단단히 묶어 놓아도
뿔뿔이 떠내려간 가족들
밥 한 끼 편히 할 수 없는
풍랑이 가득 찬 식탁 위로
방향감각을 잃은 얼굴들이
하얗게 몰려든다
망우동 산부인과를 출항한
어린 배가, 마석가구공단에서
아빠와 함께 입항거부를 당한다
모국에서 모항으로 정박하지 못하고
빈집으로 늘어선 배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작별인사도 없이 쫓겨났다
가 닿은,
다카라는 방글라데시의 항구
아홉 번째의 생일을 공해상에서 또 보내고
정착지가 없이 떠도는 마히아.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2483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시가 있는 풍경] 어린 표류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