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2011년 4월 진위면 만기사 입구 논에서 두꺼비 발견
 
작년 봄부터 맹꽁이연못에서 새로운 생명력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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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장·지역생태연구가) 
 
 ‘흥부전’에 나오는 다리 부러진 제비, ‘콩쥐팥쥐전’에 나오는 두꺼비와 황소, 그리고 ‘은혜 갚은 까치’에서의 구렁이 부부, ‘달림과 햇님’의 욕심 많은 호랑이 등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는 전래동화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옛이야기 속에도 으레 동물들이 주연이 되어 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칩을 지나 3월 중순에 들어서는 금주부터는 콩쥐팥쥐는 물론이고 은혜 갚은 두꺼비, 두꺼비 도령에게 시집 간 막내딸 등의 겹치기 출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잘 알려진 두꺼비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내기 위해 물이 있는 논이나 웅덩이를 찾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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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다리문화촌에서 겨울잠을 자고 나오는 어린 두꺼비
 
 그렇게 오래전이 아닐지라도 두꺼비는 어느 곳에 사는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동물이었다. 생태계 교란종 황소개구리가 그 이름을 내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 개구리 중 으뜸이었으며, 피부가 매끄럽고 끈적끈적한 개구리에 비해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두껍고 울퉁불퉁한 피부, 뒷다리가 짧아서 뛰기보다는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덩어리 모양의 알이 아닌 자동차 도로에 생긴 스키드마크처럼 기다란 끈 모양의 알을 낳는 특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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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드마크처럼 기다란 끈 모양의 두꺼비 알주머니
 
 지금도 그러한 놀이가 전해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들과 함께 주먹진 손등에 모래를 쌓아 놓고 집을 짓는다 하여 “두껍아, 두껍아 새집 줄게 헌집 다오”를 반복하며 몇 번이고 불렀던 친구 또한 두꺼비인 것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전래동화와 민담, 전설 등에서 주역이 되어 의연하면서도 지혜롭고 은혜를 갚는 동물로 형상화 되어왔던 두꺼비가 최근 들어 눈에 띠게 줄고 있다.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멸종위기에 처한 양서류에 관심을 갖고 두꺼비에 대한 구체적이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시작한 것은 채 10여 년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기간 동안에 우리고장 평택에서만 사라진 그들의 서식지가 얼마나 되며, 서식지 파괴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 또한 얼마나 되는지, 뒤돌아보는 순간 안타까움이 물밀듯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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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위면 동천리의 대단위 두꺼비 번식지
 
 평택지역의 두꺼비와 첫 만남은 2011년 4월, 진위면 만기사 입구 논에서 이루어졌다.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상태의 무논에서 몸 전체가 검정색인 올챙이 무리를 만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 두꺼비 유생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은 물론이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만기사와 청소년수련원 주변의 무봉산을 꼼꼼히 둘러보게 되었다. 2014년 만기사 입구의 두꺼비 번식지는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모습을 감추었고, 이듬해 무봉산청소년수련원 넘어 반대편 산자락의 넉넉한 웅덩이에서 두꺼비 집단 서식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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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위면 만기사 입구 논에서 만난 검정색 두꺼비 올챙이
 
 그 이후, 남부전원교회 앞쪽 부락산자락의 둠벙에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새로운 두꺼비 번식지를 추가로 찾아내 두꺼비에 대한 생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던 중 작년에 이 또한 주변 습지를 흙으로 메우게 되면서 산란을 앞둔 이 시점에서 부락산 두꺼비의 번식에 커다란 장벽을 맞게 된 것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만기사 입구의 번식지가 사라지기 전 구조된 올챙이와 무봉산청소년수련원 넘어 반대편 산자락 습지에서 후일을 대비해 맹꽁이 연못으로 옮겨놓은 유생 중에서 성장한 두꺼비들이 작년 봄부터 맹꽁이 연못을 찾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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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시무봉산청소년수련원 뒷산에서 만난 두꺼비
 
 2018년 3월 16일, 이날은 평택시 진위면 동천리에서 태어나 올챙이 상태에서 덕동산 맹꽁이연못으로 옮겨진 두꺼비의 일부가 무사히 성채로 살아남아 새로운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한 첫 산란이 있었던 날이다. 번식에 참여한 두꺼비는 겨우 두 쌍이었지만 작년 한 해 동안 덕동산 맹꽁이연못을 찾는 주민들로부터 최고의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은 바로 이 두꺼비와 두꺼비 올챙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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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접 중인 두꺼비와 주변의 알주머니     
 
 산개구리로부터 시작하여 맹꽁이와 금개구리, 수원청개구리같은 멸종위기양서류는 물론이고 참개구리, 옴개구리, 무당개구리 등 평택지역에서 살고 있는 모든 개구리들이 지속적인 개발과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갈수록 어려운 서식환경을 맞고 있지만 전래동화 속 콩쥐의 구멍난 항아리를 막아주고, 어린 소녀에게 은혜를 갚은 두꺼비만큼이라도 평택의 두꺼비로 오래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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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평택의 두꺼비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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