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면 많은 눈물이 흐릅니다"

■ 매번 말뿐인 소방관 근무환경 개선

혹자들은 소방관을 두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익과 권력에서 벗어나 오로지 타인의 생명만을 위해 자신을 위험 속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방관 한 명이 책임지고 있는 인구는 1500명으로 영국(820명) 일본(800명) 미국(200명) 등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처우는 그들보다 한참 낮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소방관 처우 개선을 담은 지방소방재정특별법안도 국회에 제출된 지 2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2012년 소방방재청 예산편성안에 따르면 2012년 소방방재청 예산은 총 9400여억원으로 2011년에 비해 28% 증가했지만 정작 소방관들 몫의 예산은 15% 삭감돼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소방관 평균 수명은 58.8세로 한국인 남성 평균인 77세보다 18년 이상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의 40%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최근 3년여 동안 26명이 자살하는 등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소방 3교대 근무를 위한 인력 충원도 꾸준히 추진하고, 소방 노후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열악한 장비, 외상 후 스트레스, 생명수당 월 5만원, 만성인력부족, 평균수명 58세, 살인적인 근무시간, 초과근무수당의 미지급 등의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는 바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 송탄소방서 현장대응팀 신재왕 소방관 인터뷰

송탄소방서 현장대응과 신재왕(36) 소방관은 시민의 안전과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우리지역의 자랑스러운 소방관이자 우리의 정겨운 이웃이다. 사랑스런 아내 그리고 두 아이의 든든한 가장인 신 소방관은 2006년 전기특기 분야 특채로 소방관에 입문해 용인소방서에서 1년, 성남소방서에서 3년, 그리고 2010년 1월부터 지금까지 송탄소방서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7년차의 소방관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작년 12월 3일 오전 평택시 서정동 참숯가구전시장 화재 당시 화재 초기진화를 위해 순직한 송탄소방서 소속 故 이재만(40) 소방위와 故 한상윤(32) 소방장과 함께 휴대용 소화기만 들고 불길로 뛰어들었다. 이는 혹시라도 안에 갇혀 있을지 모르는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화재현장에서 신 소방관은 절친한 동료들을 떠나보냈고, 그 후 많은 눈물과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노출되어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10일(금) 오후 2시 송탄소방서를 찾아 신재왕 소방관을 만났다.

-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은.

송탄소방서 현장지휘과 현장대응팀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현장대응팀은 화재 시 초기진압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 현장에 들어가 화재를 진화합니다. 또한 시민의 생명이 위급한 사고발생 시에 구조,구급 등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 하는 현장업무 및 여름철 어린이 물놀이 시설, 각종 행사의 안전 확인 등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책임지는 시민과 가장 밀접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송탄소방서의 1년간 화재 및 응급 구조건수는.

지난 2011년 화재출동 669건, 발생화재 245건, 구급출동 9170건, 이송환자 5900건, 구조출동 1796건, 처리 1218건입니다. 하루 평균 화재는 1건, 구급은 15건, 구조는 4건 정도 처리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년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며 예전에는 119를 부르면 화재 시나 위급 시 돈을 내야하는 줄 알고 돈을 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의식전환과 많은 홍보로 시민 모두가 편히 이용하는 소방서 이미지로 알려져 신고 건수가 늘고 있습니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용인소방서 근무 시절에 주변 농장의 소가 도망쳐 나와 소를 잡아 달라는 소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땀을 뻘뻘 흘리며 논바닥을 뛰어 다닌 끝에 소를 무사히 농장으로 돌려보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재미있고 웃음이 납니다. 또 성남소방서 근무시절 빌라에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화재현장에서 자고 있던 어린이 두 명을 구출해 나왔는데 그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 잊혀 지지 않는 사건이나 사고가 있다면.

사실 인터뷰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작년 참숯 화재사고에 관련된 내용이 있을 거란 생각에 인터뷰를 하기 싫은 생각과 함께 피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잊으려고 노력하던 그 날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피하고 싶었지만 평택지역신문인 자치신문에서 인터뷰하는 거라 그냥 편안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첫번째로 작년 참숯화재현장에 그때 당시 현장에 투입 되었던 5명중 한명으로 초기진화를 위해 투입된 주력부대의 1경방으로 들어갔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생각하며 눈물이 나고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치료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날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으며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또한 그날의 기억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떨쳐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故 이재만 소방위와 故 한상윤 소방장이 제 곁에 있는 것 같고 보고 싶습니다. 특히 이재만 소방위님은 제가 소방관이 되기 위해 소방학교에 있을 때 3개월 동안 저를 훌륭한 소방관으로 만들어 주신 교관이셨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본 가장 멋있는 소방관이셨기 때문에 저에게는 아주 큰 아픔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힘들거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교대근무입니다. 생활자체가 일반적으로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것이 정상인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출동대기 및 현장 활동을 해야 하는 점이 무척 힘듭니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 새벽에 화재 및 구조, 구급을 위해 현장을 나가면 매서운 추위가 힘듭니다.

또한 큰 문제는 인력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작년 참숯화재 현장에서도 소방차가 10대정도 출동했는데 인원이 부족해 불을 진압하는 대원이 3명에 불과 했습니다. 현재 소방서 각 센터에서는 운용하는 차량이 10여대 인데 반해 운영인원은 10~12명에 불과해 차량 운용인원을 빼면 불을 끌 수 있는 소방인력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이외에도 평택 송탄지역은 넓은 지역을 적은 인력으로 운용하다 보니 가까운 지역은 초기진압이 쉽지만 먼 지역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초기진압이 쉽지 않아 소방서 인력확충과 초기진압을 위해 더 많은 소방서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화재를 진압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지만 가장 힘든 것은 시대적으로 낙후된 소방장비를 들 수 있습니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소방장비에 많은 투자와 연구를 통해 장비를 첨단화하고 소방관의 안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예산부족으로 인해 낙후된 소방장비의 보완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문연구인력 부재와 느린 개선속도로 인해 현 시대에 뒤떨어지는 낙후된 장비를 가지고 화재진압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움입니다.

상위법이 바뀌어 앞으로는 많은 예산 투자를 통해 장비 선진화와 소방관의 안전이 우선시 되었으면 합니다.

-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저의 형님이 10년 전 강원도에서 교통사고로 경추가 골절되어 1급 지체장애인 입니다. 목 밑으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어 현재 아버지, 어머니, 저 셋이서 번갈아가며 형을 돌보고 있는데 형이 사고 당시 강원도에서 소방대원의 구조를 받아 강원소방헬기로 경기도 분당의 병원까지 이송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소방대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있었고, 현재 소방관이 되어 응급구조를 하다 보니 형님에 대한 생각도 들고, 힘이 들지만 남 다른 보람을 느끼며 소방대원으로써 자부심을 느낍니다.  

- 자치신문독자와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송탄소방서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자치신문독자님들과 시민여러분께 우선 감사드리며, 시민여러분께서 소방차량 출동 시 길 터주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협조해 주신다면 시민여러분이 필요로 하시는 현장 어디라도 달려가는, 시민을 위한 119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경기도 소방처우개선과 소방장비, 직원 안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힘써 주시는 김문수 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저를 포함한 송탄소방서 모든 대원들은 더욱 더 낮은 자세로 시민 여러분을 섬기는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한 시민의 안전과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태호 원승식 기자
ptl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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